자가현상 이야기
오늘은 긴 호흡으로 자가현상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후배가 파주 공릉천에서 찍어 준 사진,
leica M monochrome(typ 246), summicron 28mm
부모님의 낡은 사진첩의 빛바랜 사진속에 멈춰있는 사진의 신기하게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어줍잖게 필름카메라를 찍어보면서 사진과 동행을 시작했네요. 학업과 취업등으로 한동안 카메라와 동떨어져 살다가 90년대 초 첫 해외출장을 도쿄로 갔는데 아키하바라 중고카메라샵에서 출장비를 털어 니콘 f4 중고를 사면서 다시 사진과 동행을 시작했지만 첫롤을 다 찍지도 못했는데 도둑에게 다 털린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르고 난 뒤에야 용돈을 모으고 모아 니콘 fm2와 mf50.4를 구하면서 본격적으로 필름사진을 담기 시작했네요.

*nikon fm2, mf50.4, kodak portra vc, @대학로
저는 여전히 필름사진, 특히 흑백필름을 좋아합니다. 왜 필름사진을 좋아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편리하고 손 쉬운 것보다는 마이너하고 조금 어려운 걸 즐기는 "삐딱성"이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ㅎ 유튜브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먼지 쌓힌 LP나 CD같이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은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들어야 제대로 듣는 것 같고, 자필을 작성할 일이 없어진 시대에 여러자루의 만년필에 색색의 잉크를 넣어 써야 생각이 정리되곤 합니다. 디지털 홍수 시대에 아나로그의 길을 걷는 것이 시간과 재화의 낭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아나로그를 통한 위안과 위로가 저는 좋습니다.

* 조금 정신사납지만 늘 위로를 받는 제가 좋아하는 작은 공간

* 좋아하는 잉크 병모가지 테스트 ㅎ

* 제가 좋아하는 염혜란배우 수상소감을 70년대 몽블랑149로 써보았습니다.
필름중에서 특히 흑백필름을 좋아하는데 아마 화려한 컬러를 제대로 담아낼 자신이 없는 것이 이유일 듯 싶습니다.흑백은 컬러를 생각지 않고 빛만 바라보면 되니까 사진을 담을 때 변수가 줄어 고민을 덜하게 되는 듯 싶네요.

leica m3, summicron 50mm 1st(rigid), fuji acros100, kodak x-tol
필름사진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가현상에 대해 관심이 갖게 되더군요.자가현상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쁜 일상속에 충무로 현상소를 오가는 것이 귀찮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빨리 보고 싶은 조바심도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현상을 잘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면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과 호기심이 자가현상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년전쯤 지방숙소에서 지낼 때 독학으로 익힌 첫 자가현상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취중 현상도 문제였지만 익숙해지기 좀 어렵다는 스텐레스 현상탱크를 사용하다보니 필름이 엉켜붙어 자가현상인들이 얘기하는 "뱀을 잡고 말았습니다" 엉망이 된 필름이지만 스켄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찾지 못하고 있네요.
그 뒤 몇번의 현상실패를 경험했지만 조금 익숙해졌고 우연한 기회에 jobo cpp2를 영입하면서 사진현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수작업으로 현상하는 것보다 기계의 힘을 빌리다 보니 편리하고 정확한 현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업무때문에 지방(천안/아산)에 숙소를 얻게 되었는데 버킷리스트중 하나인 암실을 만들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오피스텔 창문을 암천으로 커튼을 치고, 마분지를 덧씌어 암실을 확보한 다음, LPL 확대기, 밧드, 암등, 타이머, 드라이마운트 등 암실 장비를 갖추며 오랜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맙니다.

*숙소에 설치한 확대기, 타이머, 암등,,,
자가현상은 독학으로 했지만, 자가 인화는 제대로 배우고 싶은 욕심에 지금은 없어진 충무로 우리카메라 2층에 있던 '암실'에서 김도한선생께 자가현상 및 인화에 대해 레슨을 받으며 처음으로 제대로 현상, 인화에 대해 배우게됩니다. 김도한선생은 나이는 후배이지만 깐깐한 선생님이셔서 늘 긴장하며 현상, 인화를 배웠었는데 한번 보고 싶네요~

그리고 시작된 암실생활,, 정말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고 밤새 인화를 해도 즐거웠습니다. 와인을 따 놓고 좋아하는 재즈를 틀어놓고 밤새 인화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인화할 필름을 고르고(이날은 45 대형필름을 골랐네요)

*정성스럽게 필름의 먼지를 제거하고 필름트레이에 장착하고

*확대기에 전등을 켜서 위치를 잡고

*확대경으로 촛점을 잡고

*인화를 마치고 수세를 하고
*건조를 하고

*오징어처럼 말려버리는 화이버베이스 인화지

*드라이마운트를 이용해서 화이버베이스 인화지를 다림질하고 ㅎ

*드라이마운트후 편평해진 인화지

*인화지를 스켄한 결과물
숙소생활을 5년만에 마무리하고 서울 집으로 복귀하였는데 커다란 덩치와 가짓수 많은 인화장비를 가져올 수 없어서 인화를 하고 싶어하는 지인에게 저렴하게 넘겨드리고 JOBO CPP2 자동현상기만 들고 왔지만 CPP2 또한 공간의 압박으로 후배에게 양도하여 이제는 수작업으로 자가현상만 가능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언젠가 은퇴하고 공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암실은 다시 만들고 싶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몇년전에 지인께서 자가현상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자가현상글을 모 카페에 올렸고 그 내용을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혹시 슛포토에서 자가현상을 시작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필름, 특히 흑백필름을 좋아하신다면 자가현상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자가현상을 통해 필름에 대한 자가현상 기록이 누적되면서 조금 더 즐거운 필름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꼭 도전해보시길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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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개인블로그 중 자가현상 모음
날이 많이 춥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주간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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