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DD-100 Boodo Khan
Prologue - 武道館은 어떤 곳인가.
도쿄 기타노마루 공원에 있는 일본무도관(日本武道館)은 최대 14,501명을 수용하는 실내 경기장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의 유도 경기장으로 건설되었지만, 이후 각종 공연이 열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이 되었다. 특히 1966년 비틀즈의 일본 공연 이후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이곳의 무대에 올랐다. 일본에서 ‘무도관 공연’은 어느새 하나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1986년 Sony는 새로운 워크맨을 내놓으며 전면에 굳이 한자로 ‘武道館’을 크게 새겼다. 아마 Sony가 팔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아니라, 무도관의 열기와 현장감을 귀에 담아 들고 다니는 경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흥미롭게도 Boodo Khan이 일본에서 등장한 1986년은 비틀즈가 일본무도관 무대에 올랐던 1966년으로부터 정확히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부 자료에서는 이를 비틀즈 무도관 공연 20주년과 연결해 설명하기도 한다. 다만 Sony가 DD-100을 비틀즈 공연 20주년 기념 모델로 기획했다는 공식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연인지 의도된 오마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꽤 흥미로운 일치다.
“This is not a Walkman. It’s the Sony BOODO KHAN.”
부도칸의 광고 카피 문구이다. 워크맨이 아니라는 강력한 메시지, 평범한 워크맨의 변형이 아니라 ‘다른 경험을 주는 물건’을 내세우고 있다.

오버홀을 마친 WM-DC2에 전주인이 녹음해둔 메탈테이프를 넣었다. Billy Joel의 New York State of Mind가 흘러나왔다. 드럼과 보컬이 귀를 때렸고 색소폰에는 묘한 감칠맛이 있었다. 이어진 The Stranger에서는 하이햇이 유난히 찰랑거렸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음악을 음장이 있는 워크맨으로 들으면 어떨까.

부도칸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Disc Drive — 벨트 대신 디스크로 캡스턴을 돌리다
DD-100 Boodo Khan의 기본 골격은 Sony의 Disc Drive(DD) 계열이다. 서비스 매뉴얼에서도 DD-100의 메커니즘을 WM-DD와 유사한 구조로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카세트 플레이어가 모터의 회전력을 고무벨트를 통해 플라이휠과 캡스턴으로 전달하는 것과 달리, Sony의 Disc Drive 방식은 모터 축의 작은 고무 링이 큰 금속 디스크의 가장자리에 직접 접촉해 회전력을 전달한다. 그래서 이름도 Disc Drive다.
이 방식의 목적은 단순했다. 테이프를 일정한 속도로 보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 Sony 역시 DD-100의 서비스 매뉴얼에서 Disc Drive가 정확하고 안정적인 테이프 주행을 확보하고 wow & flutter를 줄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DD-100의 공식 wow & flutter 수치는 0.08% WRMS(NAB), ±0.13% DIN이다. 다만 DD-100은 나중의 DD3나 DD30처럼 Quartz Lock을 갖춘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DD/Disc Drive 메커니즘에 DOL을 더한 특별한 파생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DOL — 단순한 Bass Boost와는 조금 다르다
Boodo Khan의 진짜 특징은 전면 오른쪽 아래에 자리한 은색 스위치, DOL(Dynamic Optimum Loudness)이다. 사람의 귀는 작은 음량으로 음악을 들을수록 저음과 고음을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느낀다. 오래된 앰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Loudness 기능은 바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역과 고역을 보강하는 기능이었다.
Sony는 이 개념을 휴대용 Walkman에 가져오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DOL은 고정된 EQ처럼 일정하게 저음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볼륨에 따라 보정량이 달라지는 동적 라우드니스 회로다. 낮은 볼륨에서는 효과가 강하고 볼륨이 높아질수록 보정량이 줄어든다. DD-100의 DOL 회로를 분석한 자료에서는 저역 20~100Hz 부근을 최대 약 +9dB, 10kHz 이상의 고역도 최대 약 +3dB 보강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DOL을 단순히 ‘저음 부스트’라고 부르면 절반만 설명한 셈이다. 저음의 양감을 키우는 동시에 고역에도 변화를 주고, 그 보정량 자체가 청취 음량에 따라 변한다. Sony의 서비스 매뉴얼에는 이 기능의 목적을 아예 “concert hall atmosphere”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 DD Walkman과 무엇이 다른가
기계적인 기반만 보면 Boodo Khan은 완전히 새로운 Walkman이라기보다는 기존 DD 계열에서 발전한 특별판에 가깝다. Dolby B를 지원하고 Normal/CrO₂·Metal 테이프 선택이 가능하며, 주파수 응답은 30Hz~15kHz, 헤드폰 출력은 DOL ON 기준 12mW+12mW(63Ω)다. 헤드폰 단자는 두 개라 두 사람이 동시에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DOL 전용 회로가 추가되면서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DD-100의 DOL 회로는 별도의 daughter board에 구성된 것으로 DD 계보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DD-100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Sony가 내놓은 Mega Bass의 선조격 기능으로 DOL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1989년 등장한 WM-DD30은 DD 계열 최초로 Mega Bass를 탑재했고, 관련 DD 계보 자료에서도 DD30의 Mega Bass가 DD-100의 DOL에서 이어진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니까 계보를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면, Boodo Khan의 DOL → 이후 Sony의 Mega Bass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둘의 목적과 회로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DOL의 핵심은 단순히 저음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취 음량에 따라 저역과 고역을 동적으로 보정하는 것에 있다.
¥38,000 — 당시에도 평범한 Walkman은 아니었다
DD-100 Boodo Khan의 일본 발매가는 ¥38,000이었다. 1986년 5월 일본 시장에 먼저 등장했고 해외 시장에는 1987년경 전개된 것으로 확인된다. ¥38,000이라는 가격에는 본체뿐 아니라 Boodo Khan의 콘셉트를 제대로 들려주기 위한 대형 DR-S100 헤드폰도 포함돼 있었다. 서비스 매뉴얼에도 이 전용 헤드폰이 함께 제공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는 휴대용 오디오가 점점 작고 가벼워지는 방향으로 가던 시기였다. 그런데 Sony는 오히려 커다란 헤드폰을 묶고, 검은색 본체 한가운데에 武道館이라는 한자를 크게 새겼다.
그리고 광고에는 이렇게 썼다.“This is not a Walkman. It’s the Sony BOODO KHAN.”
결국 Boodo Khan은 가장 작고 가벼운 Walkman을 만들기 위한 제품이라기보다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공연장의 에너지와 현장감을 재현해보려 했던 Sony의 조금 별난 실험작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래서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1986년 Sony는 말했다.
“全身を響かせて 武道館サウンドだ。”
온몸을 울려라. 이것이 무도관 사운드다.
과연 DOL 스위치 하나를 올리는 것만으로, 40년 전 Sony가 말했던 그 ‘무도관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을까.

全身を響かせて 武道館サウンドだ。
“온몸을 울리는, 이것이 무도관 사운드다.”
Boodo Khan sound resonate throughout the body.
“온몸으로 울려 퍼지는 부도칸 사운드.””
우연히 Boodo Khan을 직접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나는 메탈테이프에 녹음한 Billy Joel 모음, 정경화의 Con Amore, 그리고 지난번 WM-2를 처음 들을 때 사용했던 가요 모음 테이프 '재회'를 챙겨 나갔다.
먼저 비트가 강하고 저역이 충분히 담긴 Billy Joel부터 들어봤다. DOL을 켜자 소리는 분명 달라졌다. 팝과 비트가 있는 음악에서는 저역이 살아나고 무대가 한층 커지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들어보는 DOL는 꽤 재미있었다. 그런데 클래식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악기의 몸통이 필요 이상으로 커졌고, 음악의 균형도 조금씩 달라졌다. 몇 곡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DOL 스위치에 손이 갔다. 끄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음식으로 치면 MSG가 잘 들어간 음식과 비슷했다. 첫입은 맛있다. 하지만 오래 먹다 보면 결국 원래 재료의 맛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Boodo Khan이 좋지 않은 워크맨이라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적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록이나 힙합처럼 저역이 곡 전체를 받치고 강한 비트가 반복되는 음악이라면, Boodo Khan의 DOL은 꽤 잘 어울릴 것 같다. 저역이 살아나고 리듬의 박력이 커지면서 말 그대로 엉덩이가 들썩이는 재미가 있다. 반대로 클래식, 특히 소편성 클래식이나 트리오 중심의 재즈를 주로 듣는다면 DOL의 적극적인 보정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악기 본래의 질감과 균형을 따라가고 싶은 순간에는 오히려 DOL을 끈 소리가 조금 더 편안했다.
1986년 Sony가 말했던 ‘무도관 사운드’는 실제로 존재했고 음악적 쾌감과 타격감이 상당해서 음악듣는 즐거움이 대단했다.
그러나 그 무대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내려온 아쉬움이 남는데 언젠가 다시 올라가고 싶은 부도칸 무대이다.
PS. DD-100 Boodo Khan을 들려 주신 동호인 분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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